<무라카미 하루키> 저/<윤성원> 역 | 문학사상사 | 2007--01
국내도서>소설/시/희곡>세계의 문학>일본문학
추천평깊은 우물을 어루만지던 나른한 슬픔, 그 한없는 허무 가운데 가느다란 불빛이 있다. 그것이 하루키 문학의 구원이다. 아픔 속에서 조심스럽게 지켜보면 얼핏 보이는 가느다란 끈, 그것이 하루키 문학이 우리를 사로잡는 이유다. 우리를 다시 살게 만드는 끈을 찾는 여행, 아무것도 아닌 삶에 아름다운 무늬를 만드는 긴 여행이 의 주제이다. 그리고 주인공 ‘나’는 또 다른 인물 ‘쥐’이고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작가 자신이며 우리들의 모습이다. - 권택영 (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그녀’의 죽음과 함께 ‘끝나버린 나의 삶’, 그리고…… 연인의 죽음으로 시간이 멈추어진 시기, 젊은 날 사랑하는 이를 잃고, 상실의 아픔 속에서 빠져들었던 핀볼 게임. 인터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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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혀 내 얼굴로 보이지 않았다. 통근 전차에서 우연히 건너편 좌석에 앉은 스물네 살 먹은 남자의 얼굴이었다. 내 얼굴과 마음은 아무에게도 의미 없는 유골에 지나지 않았다. 내 마음과 누군가의 마음이 스쳐 지나간다. 안녕, 하고 나는 말한다. 안녕, 하고 저쪽에서도 대답한다. 그것뿐이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아무도 두 번 다시 돌아보지 않는다.
만일 내가 양쪽 귓구멍에 치자꽃을 꽂고 양손의 손가락에 물갈퀴를 끼고 있었다면, 몇 사람은 뒤돌아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뿐이다. 세 걸음 정도 걸어가면 모두 잊어버린다. 그들의 눈은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내 눈도. 나는 텅 비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 누군가에게 무엇을 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2010-09-05 23: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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